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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에 바란다

조직 노동과 선 긋는 것이 정의당의 혁신인가요.

  • 2020-06-10 14:04:27
  • 조회 2145
혁신위원장의혁신위원장의 인터뷰 기사 읽었습니다.

“사람들이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다고 본다. 정의당 하면 사람들이 민주노총을 떠올리지 않나. 하지만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훨씬 많고. 수많은 비정규직 중에 조직되지 않은 분들은 정의당이 자신들을 대변하고 있다고 느낄까. 그렇다고 얘기하기는 굉장히 어렵지 않나. 물론 당도 열심히 해오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진짜 투명인간들이 있는데, 이분들을 대변하는 정당인가에 대해 명확하게 정립해야 한다는 거다. 하위 90%를 대변하는 정당.”

그럴 의도로 말한 건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민주노총을 지목해 '우리 사회의 진짜 투명인간'이 없다고 하는 말로 들립니다.
민주노총은 이미 20만 명 이상의 비정규직 조합원이 가입해 있는, 한국 최대의 비정규 노동자 조직입니다.
민주노총을  넘어서서 비정규 노동자를 대변하겠다면, 그 비전의 구체적인 그림을 보여야할테지요.
하다못해 민주당 이용득 의원처럼 노동회의소라도 꺼내면서 비정규직을 대변하겠다고 말하든가요.
그만큼의 고민도, 내용도 없는 발화가 혁신위원장의 메시지라니.

민주노총이 혹은 다른 정치세력이 비정규직을 '대변'하지 못해서 양극화가 확대되어 왔던 건가요?
민주노총만 욕보이는 게 아니라 정의당의 이전,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도 욕보이는 말씀을 하신 겁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오랜 기간 지적해왔듯,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의 문제는 신자유주의 불안정화의 결과입니다. 
97년 이후 신자유주의 구조개혁을 한다며 노동이 불안정화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조직률이 높은 부문에서는 일정정도 방어를 했다면, 미조직 부문에서는 방어를 못했죠.
조직 노동에 부족한 부분도 있을 터입니다. 왜 같이 싸우지 못했고, 왜 같이 막아내지 못했느냐는 질타야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을 '대변'으로 치환하며, 그래서 다른 조직이 아닌 우리가 '대변'하면 좀 더 나을 것처럼 말하는 것, 이거 대단히 오만하고 비현실적인, 돈키호테 같은 소리죠.
격차가 확대되어 온 원인을 지적하지 않으면서 정의당이 앞장서 '대변'하는 것으로 구조를 바꿀 수 있을리가요.
심지어 장혜영 위원장은 90%를 이야기하며 여전히 비정규직이라는 명명을 붙잡고 있지만, 한국의 신자유주의적 분절고용체제는 기업내(정규직-비정규직) 격차보다 기업간(대규모-소규모) 격차가 더 확대되어 왔다는 특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말 90%를 '대변'하고자 한다면 비정규직이라는 단어를 꺼내기 전에 작은사업장(5인 미만 사업장 500만 명, 30인 미만 사업장 1천 만 명) 노동자부터 대변하겠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적절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평소에 이런 현실을 들여다 보긴 했던 것인지 모르겠군요.

구조를 향한 문제제기는 우회한다 쳐도 진보정당이 할 일이 고작 '대변'에 머물러서도 안될 일입니다.
미조직 노동자를 어떻게 대변할 것인가보다, 미조직 노동자들이 어떻게 조직되게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진보정치의 역사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민주노총을 우회할 수 있습니까? 제3노총이라도 만들 요량인가요? 설마 정의당이 노조 역할을 하겠다는 건가요?

조직률과 단협적용률을 높이려면 단체협약효력확장제도를 도입하든, 지역 교섭형태를 만들든지, 제도적으로 착목해야할 과제도 많습니다.
민주당 같은 정치세력이 별 관심을 갖지 않는 주제였을 따름이지 사실 해묵은 이야기들입니다.(문 대통령은 몇 차례 언급하기는 했지만 말에만 그쳤죠)
민주당이 노동회의소로 우회하려는 비전을 제시한다면, 정의당은 좀 더 적극적인 방책을 택하는 게 타당하다 생각하지만,
이번 한겨레 인터뷰를 보니 도리어 민주당에도 미달할 공산이 더 커보입니다.

조직/미조직 여부에 시선을 집중시키며 구조를 외면케 하는 피상적이고 왜곡된 진단은 그동안 조중동을 위시한 수구 이데올로그들의 역할이었습니다.
그런 선동이 성공적이었던지, 민주당 홍영표도 최저임금법을 개악하며 "민주노총이 대변하지 못하는 노동자를 국회가 대변해야한다"고 말했었죠.
그와 동일한 맥락의 메시지가, 21대 국회를 개원하자 마자, 정의당 혁신위원장 명의로 발화되었다는 사실에, 어느만큼의 의미를 부여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민주당과 비전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한 말이라면 심각한 문제이고, 잘 몰라서 한 말이라면 그것대로 심각한 문제겠지요.

이번 혁신위원회가 한국사회의 근본적 개혁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음을,
관심 갖는 척 하지만 실제로는 고민하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느낍니다.

코로나19 관련하여 한겨레 지면에 실린 이강국 교수의 칼럼 중 일부를 덧붙입니다.
"한국의 경우 여전히 모자라는 정부의 소득재분배를 확대하는 것과 함께 노동환경과 처우의 개선을 위해 취약한 노동자들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노동조합 결성을 촉진하고 단체협약 적용률을 확대하며 공정한 임금체계를 실현해야 한다. 재난은 평등하지 않지만 우리의 노력에 따라서 평등한 공동체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참여댓글 (1)
  • teri00

    2020.06.16 11:36:21
    지금의 노조들은 예전 정의롭고, 대의를 위한 단체가 아니라 오로지 노조원들의 생사만 생각하는 단체가 되었습니다.

    노조가 지금 이시대에 과연 얼마만큼 부조리한 재벌과, 부당한 권력기관, 거짓을 말하는 언론기관에 대항하여 싸우고 있는지 부터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힘든일은 다른 단체나 국민들에게 맡기고, 오로지 노조원들만을 위한 투쟁만 한다면 그건 옳은 방향이 아닐겁니다. 노조원들도 위하고, 지금 잘못된 사회를 위해 바로잡는 일에도 나서야 하는거라는겁니다.

    왜곡해서 또 노조들을 버리란 말입니까 라는 왜곡된말 하지마시고 (이런말 하는 사람들이 제일 나쁜 사람들이죠, 전형적인 왜곡된 기사 쓰는 기레기들처럼)

    그리고 노동자만을 위한 그런 정당이면 정의당 이름을 버리고 노동당으로 다시 돌아가 노조를 위한 방향으로 맞춰 가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 정당이 가야할 길을 선택해야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